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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내려놓고 붓 든 미용사, 머리카락으로 4·3의 아픔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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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경력의 현직 미용사 오명식(51) 작가가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3전시실에서 두 번째 개인전 '4·3과 그리움'을 통해 관람객들을 만난다.
이번 전시는 그가 평생 간직해 온 아픔, 제주 4·3의 상흔을 머리카락과 돌가루라는 독특한 재료로 풀어낸 특별한 자리다.
특전사 중사 출신인 오 작가는 24세에 미용계에 입문, 현재 제주관광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미용 현장과 교육계를 넘나들고 있다. 그는 "보통 화가들이 붓이나 팔레트 나이프를 사용하지만 저는 머리카락이나 돌가루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 작품을 '만든다'"고 자신의 예술 세계를 설명했다.
오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그려진' 그림이 아닌,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쌓아 올려지고 거친 돌가루가 더해져 만들어진 입체적인 '작품'이다. 그는 기다란 머리카락을 캔버스 위에 펼쳐놓기도 하고, 잘게 잘라 탈색하거나 염색하여 마치 물감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제주 화산석의 거친 질감이 더해져 그의 작품은 더욱 강렬하고 독창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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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주제는 '마음 깊은 곳의 그리움을 불러본다'이다. 오 작가는 "어릴 적 어른들에게 우리 마을 사람들이 4·3으로 희생당한 처참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며 "그 아픔과 슬픔, 그리고 그리움을 제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스러져간 넋들과 살아남은 자들의 깊은 슬픔, 그리고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역사의 교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 작가는 지난해 2월 '머리카락 이야기'라는 주제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고,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적 성장을 보여주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김태관 전 제주문화예술진흥원장은 "오명식 작가는 머리카락과 돌가루라는 독특한 재료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금속 용접과 같은 조소 및 설치 미술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토탈 미술', '종합 미술'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역사의 아픔을 공감하고 예술을 통해 치유를 경험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 기간 동안 오 작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시장에 상주하며 관람객들에게 직접 작품 설명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