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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 정산 지연 사태..'티메프 사태' 재현되나

발란의 월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 원이며, 전체 입점사 수는 1300여 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산 지연에 따른 불만은 빠르게 확산되었고, 일부 입점사들은 발란 사무실을 찾아 항의하며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했다. 또한, 일부 판매자들은 발란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거래를 중지했다. 발란은 직원들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전 직원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발란은 2020년대 초, 국내 명품 온라인 구매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주목받은 플랫폼이었다. 명품 열풍과 함께 머스트잇, 트렌비와 경쟁을 펼쳤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특히 톱스타 김혜수를 모델로 기용해 플랫폼 인지도를 높였지만, 수백억 원의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명품 시장 열기가 식고, 해외여행 재개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발란은 매출 증가에 집중한 나머지 수익성 개선을 소홀히 했고, 그 결과 적자 상태가 계속 이어졌다.
발란은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으며, 2023년 말 기준으로 자본총계는 -77억 3000만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23년에도 영업손실 99억 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392억 원으로 56% 급감했다. 발란의 유동자산은 56억 2000만 원, 유동부채는 138억 1000만 원으로 유동비율은 40.7%에 불과하다. 이는 유동성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수치로, 발란의 재정 상황이 매우 어려움을 시사한다.
코너에 몰린 발란은 최근 실리콘투로부터 150억 원을 투자받았다. 그러나 기업 가치는 292억 원으로 급락했으며, 이는 2년 전 기업가치의 10분의 1 수준이다. 실리콘투는 75억 원을 조건부로 투자했으며, 나머지 75억 원은 마일스톤을 달성해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달았다. 발란의 재정적 위기는 명품 플랫폼 시장 전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발란 입점사들은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티메프도 미정산 사태 초기 "시스템 고도화"를 이유로 미정산 사태를 공지한 바 있다. 현재 발란에서는 판매자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일부 입점사들은 상품을 품절 처리하거나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한 판매자는 발란이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는 소문을 전하며, 정산금 미지급으로 인해 도산할 우려가 커졌다고 밝혔다.
명품 플랫폼 시장의 침체는 발란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업체인 머스트잇과 트렌비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년에는 주요 명품 플랫폼들의 누적 카드 결제 금액이 3758억 원으로 2022년 대비 59% 급감했으며, 영업손실도 커졌다. 최근 1년간 문을 닫은 명품 플랫폼은 4곳에 달하며, 시장 전반의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캐치패션은 신규 투자 유치에 실패해 문을 닫았고, 럭셔리 갤러리와 한스타일도 사업을 종료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명품 플랫폼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도 소비 침체와 명품 열기의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국내 명품 플랫폼들도 위기를 겪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명품 플랫폼들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들이 상황이 더 나아질 리 없다"며 "현재의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