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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 마렵다” 간호사 파문… 추가 '신생아 학대' 정황 드러나


대구의 한 상급종합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생아 사진과 부적절한 문구를 게시해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해당 간호사와 병원장을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대구경찰청은 3일 해당 대학병원의 간호사 A 씨와 병원장 B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각각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분조장(분노조절장애) 올라오는 중”, “낙상 마렵다(충동이 든다)” 등의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을 빚었다. 해당 게시물은 의료진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피해 신생아의 부모들은 A 씨의 폭언과 사진 게시뿐만 아니라, 신생아를 돌볼 때 멸균 장갑을 착용하지 않는 등의 문제를 아동학대로 보고 전날 대구 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또한, 병원장 B 씨가 병동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함께 고소했다.  

 

대구경찰청은 사건을 남부경찰서로부터 이관받아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아동학대 피해자가 10세 미만이거나 장애인일 경우 경찰청이 직접 수사하는 원칙에 따른 조치다. 피해 환아 부모 측은 경찰에 "온라인상에 퍼진 게시물을 보면 학대당한 신생아가 최소 5~6명은 되는 것 같다"며 추가 피해 여부도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해당 병원의 신생아 학대 행위가 지난해 8월부터 지속됐으며, 가담한 간호사가 약 4명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은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A 씨 외에도 아동학대를 방조하거나 가담한 간호사가 더 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와 별개로 병원 측도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문제가 된 간호사를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결과, 해당 간호사가 모든 내용을 인정했다”며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추가 가해자와 피해 환아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수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병원은 학대 사례가 더 있는지 여부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육아 관련 맘카페 등에서는 공분이 일고 있다. 한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C 씨는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간호사인데, 어떻게 저런 글을 올릴 수 있는지 부끄럽고 죄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간호사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잊지 말아야 하며,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인터넷 카페에는 “대학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같은 간호사로서 할 말이 없다”, “소아과나 산부인과 같은 아이들과 접촉이 많은 곳은 인성 검사가 필요하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하고 SNS에 올릴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직업윤리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번 논란은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대구 한 대학병원 신생아실 간호사가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미숙아를 학대했다는 제보가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이후 피해자 부모들이 병원에 신고했고, 병원 측이 조사한 결과 해당 간호사가 신생아의 사진을 SNS에 게시하고 “낙상 마렵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한간호협회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은 전체 간호사의 신뢰를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협회는 “간호사는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돌보는 직업적 소명을 가진 존재이며, 특히 가장 연약한 신생아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협회는 “정부 및 의료기관과 협력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간호사들의 윤리 교육과 환자 보호 의식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신생아 부모들의 추가 진술을 확보하고 병원 관계자 및 관련 간호사들을 소환해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병원 측의 내부 조사 결과와 경찰 수사가 맞물리면서 향후 법적 처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