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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중증외상센터' 예산 삭감에 운영 종료

 국내 유일의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가 예산 중단으로 문을 닫게 되면서 의료계에 비상이 걸렸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중증외상 의료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11년간 운영되어온 고대구로병원의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가 이달 28일부로 운영을 중단한다. 이는 보건복지부 예산이 기존 국회 제출안보다 1,655억 원 삭감된 125조 5,000억 원으로 책정되면서, 연간 9억 원이었던 운영 지원금이 전액 삭감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수련센터는 2014년 3월 보건복지부가 서울지역 외상전문의 집중 육성을 위해 지정한 국내 유일의 기관이다. 지난 11년 동안 20여 명의 외상전문의를 배출했으며, 이들은 현재 아주대병원, 가천대길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안동병원 등 전국 각지의 외상센터에서 중증 외상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힘쓰고 있다.

 

중증외상전문의의 역할은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졌다. 이들은 교통사고, 추락, 폭행 등으로 인한 다발성 골절이나 대량 출혈 환자들을 치료하는 최후의 보루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의 사례에서 보듯, 이들의 전문성은 생명과 직결된다.

 


하지만 중증외상 분야는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기피 대상이다.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고된 근무 환경에 비해 수익성이 낮고, 환자의 생사를 책임져야 하는 중압감도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의 육성 프로그램마저 중단되면 인력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9억 원의 예산으로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전문의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현재의 의료 공백 사태와 맞물려 응급의료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사업의 재개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은 물론 후년에도 사업 재개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곧 향후 수년간 새로운 중증외상전문의 배출이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의료계는 "외상 분야는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유지가 불가능하며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전문 인력 양성의 맥이 끊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